패러독스 이야기

망치를 들면 모든게 못으로 보인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확률과 상관성"이 지배하는 인과의 사다리 1단계와, "실험자의 개입"이 적용되는 2단계, "만약... 했다면? 식의 상상이 개입되는" 3단계 사이를 넘나들 때 우리는 "모순" 을 느끼게 됩니다. 인과에 특화된 우리의 뇌가 모든 걸 인과로 취급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이런 "인과 함정" 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기존에는 충분한 경험과 사례를 외우는 등의 "경험주의" 적 방식이 있었으나... 이제 우리는 "인과 다이어그램" 이라는 강력한 분석 프레임워크를 통해 알려져 있는 유명한 모순들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몬티 홀 문제

"Let's Make a Deal" 이라는 텔레비젼 쇼가 있었습니다. 이 쇼에서는 참가자에게 3개의 선택지를 줍니다. 문1, 문2, 문3 를 고르는 것이죠. 이 때 이들 중 한 개에는 문 뒤에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개에는 염소가 있습니다. 참가자가 문을 고르면 진행자인 몬티가 "참가자가 고르지 않은 문 중 염소가 있는 문" 을 골라 열어 젖힙니다. (물론 몬티는 어디에 차가 있고 어디에 염소가 있는지 미리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자, 당신의 선택을 바꾸시겠습니까? 염소가 자동차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 물론 자동차가 염소로 바뀔 수도 있지요."

인과 파악에 특화되어 있는 우리의 안쓰러운 뇌는 모든 걸 인과적으로 접근하고, "우리가 문을 바꾸는 선택이 문 뒤에 있는 무언가를 마법처럼 바꾸지 못해. 즉 인과관계가 없어. 따라서 선택을 바꾸든 말든 자동차가 나올 가능성은 똑같아." 라는 지극히 인과적인 접근을 하고 "작위에 따른 후회" 가 "부작위에 따른 후회" 에 비해 고통이 더 크다는 심리학적 사실과 엮여 "불리한 선택" (= 고른 문을 바꾸지 않음) 을 하고야 맙니다.

네. 앞서 언질을 드렸듯... "확률적으로 유리한 선택" 은 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고를 확률이 자그마치 2배(!)나 올라가게되죠.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인과적인 설명" 을 드리자면... 문을 바꾸기 전에 자동차가 있는 문을 고를 확률은 1/3 입니다. 진행자 몬티가 내가 고르지 않은 문 중 염소가 있는 문을 하나 제거하므로 내가 문 선택을 바꾸게된다면... 염소가 있는 문을 처음에 고른 경우는 자동차가 있는 문으로 바뀌게되고, 자동차가 있는 문을 고른 경우는 염소가 있는 문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처음의 문 선택을 바꾸지 않은 경우 자동차를 고를 확률 1/3, 문 선택을 바꾸는 경우 1 - 1/3 으로 확률 2/3 으로 자동차를 고르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처음 당신의 문의 선택" 과 "자동차의 위치" 가 "연관이 없다" 는 사실이 "몬티가 문을 여는 것" 으로 인해 "연관" 이 생겨버렸기 때문입니다. 함정에 빠진 우리의 인과관계 전문가, "안쓰러운 뇌" 를 구해내기 위해 우리는 앞선 장들에서 살펴보았던 핵심 도구인 "인과 다이어그램"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 인과 다이어그램은 Collider 입니다. 3장에서 살펴보았었죠. "Your Door" (당신의 처음 문 선택) 과 "Location of Car"(자동차의 위치) 는 독립입니다. 무관합니다. 하지만 "Door Opened" (진행자 몬티의 문 열어젖히기) 는 "Your Door", "Location of Car" 둘 다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Collider 의 특성에 따라 "Door Opened" 에 대한 Deconfounding 시도는 "Your Door" 과 "Location of Car" 사이의 독립성을 깨트려버립니다. 즉 상관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Door Opened" 에 반응한 "당신의 문 바꾸기" 는 "Your Door" 과 "Location of Car" 를 연관되게 만듭니다. 분명히 두 요소는 독립... 무관한 관계였음에도 말이죠. 그렇기에 문을 바꾸는 행위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더이상 "무관하지는 않다" 는 사실을 인과 다이어그램만 그려봐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원래 이 몬티 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베이지안 조건부 확률부터 시작하거나 위에 언급한 "인과적 설명" 으로 접근하는 등 수학적이든 논리적이든 "트릭" 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과 다이어그램" 을 이용하면 통합적이고 일관된 형태로 "몬티 홀 문제", "심슨의 역설", "벅슨의 역설", "로드의 역설" 등 다양한 "인과 함정" 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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